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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가밀로 신부 서한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9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09.29 조회 565
이메일 eunju2843@naver.com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9                       Mutel 문서 1896-120                 장원, 1896.10.15.

 

 

주교님께,

 

이번 달 3일자 주교님 편지에 답장을 하기에 앞서서 저는 편지 전달자가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직접 깨닫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가 제게 와서 급히 서둘러 서울로 출발해야 한다고 하여 주교님께 이번 일에 대한 내용을 금번 편지에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이번 일에 관해 드릴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리내 마을에는 정승지라는 사람의 동생이 살고 있는데, 이 정씨 동생이 조감역의 24세 된 방탕아 아들로부터 매입한 논에 얽힌 얘기입니다. 저는 전에 이 정씨가 노름을 해서 이 논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씨가 누구한테 들은 믿을만한 얘기에 의하면 정씨가 3섬지기 논밭을 사는 데 8,200냥을 냈다는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정씨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논의 매매는 직접 노름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습니다. 정씨는 조감역의 아들이 자기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거래가 이루어진 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문서라고는 신씨(그 역시 노름꾼이며 교우라고 자칭하고 다님)라는 사람이 작성한 종이 한 장뿐인데 진짜 문서는 조감역의 집에 있습니다.

 

정씨는 정말 논을 사고자 한다면 소유주인 조감역이나, 현재 조감역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그의 장남과 얘기를 나눌 일이지 무슨 꿍꿍이속으로 아무 능력도 권한도 없는, 24세 된 방탕아 아들과 쑥덕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교님께서는 달리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조감역에게서 그가 소유하고 있는 논을 얼마에 팔겠다고 하는 약속을 억지로 받아낸 이씨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은 조감역은 겁이 난 나머지 모든 것을 시키는 대로 약속해 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불한당들은 누구와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는 법이며, 힘도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제가 주교님 편지를 받기 전, 조감역은 제게 도와 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저는 그의 일에 결코 관여할 생각이 없었으나 주교님께서 그 문제에 대해 편지를 쓰셨으니 제가 아는 대로 설명을 해드리는 것입니다.

 

지난번 공사에게 보낼 편지를 썼을 때 주교님께서 제게 주신 귀중한 조언에 감사를 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극히 공손한 어조로 제가 직접 편지를 드리려고 했지만 혹시 주교님께서 경솔한 행동이라고 염려하실까봐 겁이 났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저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추 신

 

제가 앞으로 거처할 집을 짓느라 3주째 장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판공을 위해 언제 떠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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