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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가밀로 신부 서한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6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09.29 조회 596
이메일 eunju2843@naver.com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6       부엉골(발신날짜는 없고, 623일이란 추신의 날짜만 있다)

 

주교님께,

 

지난번 제가 주교님께 올린 보고서에서 반도들이 패주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이제 반도들 문제는 거의 해결이 난 듯합니다. 그들은 굳이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금년 가을에 다시 집결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꼼짝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관군은 그들의 임무를 완수한 듯합니다. 그들은 끝까지 반항하는 몇 명의 반도들을 소탕하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몸을 피했던 지방 관리들이 하루빨리 그들의 관직에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행정 사무도 다시 재개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2주 전에 주교님께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희 고장에서 관군에 쫓겨 도주한 상당수의 반도들이 강릉 지방으로 물러가서, 그곳 교우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군이 그들을 그곳까지 추적했었습니다. 지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기 집을 떠나서 약탈을 일삼는 사람들은 모두 황해도로 떠났다고 하며 관군들이 그들 뒤를 쫓고 있다 합니다. 애꿎게 고생하는 사람들은 관군입니다. 그들은 비가 억수같이 올 때 이동을 하고 공격을 개시하는데 주교님께서는 그 이유를 짐작하시겠지요. 날씨가 궂으니 화약에 불이 잘 붙지 않기 때문이죠. 비가 억수같이 오니 적어도 관군 몇 명마다 우산 한 개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도들 덕택에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장원에 있는 집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이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곳에 평온이 되찾아 왔으니 저는 또 빠르게 일을 할 것입니다. 주교님께서 저를 호되게 꾸짖으실지라도 꼭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지난번 편지에서 주교님께 말씀드린 바 있는 성모님 성당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장원 바로 윗편에 시장을 가로지르는 하천 가까이에 작은 숲이 하나 있는데 그 숲의 재목이 아주 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벌써 200개의 각재(角材)를 장만해 놓았지만 1500개는 더 장만해야 합니다. 악마를 무찌를 거대한 포대를 구축하는 작업이나 다름없습니다.

 

성당을 짓는데 필요한 비용에 대해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 무모한 짓을 시작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 주교님의 허락을 얻고자 합니다. 하느님을 위하여 한다는 일이 자칫 잘못하면 악마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특히, 자기 개인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경우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당 건축을 시작하기 전에 주교님의 축복을 받고자 합니다. 그리하면 하느님의 힘을 입어 두려움 없이 일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금년 말년까지는 성당의 석공 일을 끝내고 지붕을 얹을 생각입니다. 나머지 작업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될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려는 데는 주교님께 서신으로 설명 드리기에는 좀 긴 사연이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도 몇 가지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목재 구입비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드는 경비는 제 수중에 있는 동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석공일과 지붕을 얹는데 드는 비용은 주교님께서 조금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미 1세기 전에 프랑스 말에서 없어져 버린 불가능이란 단어가 바로 제 입에서 튀어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600피아스트르 정도는 더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작년 부엉골에서 빠져 나오겠다는 말씀을 드렸을 당시 주교님께서 100피아스트르를 빌려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 돈은 조금씩 나누어서 틀림없이 갚아 드리겠습니다. 그 돈만으로는 부족하고 또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이 있지만 교우들은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저를 도울 것입니다. 본국으로부터의 도움은 저로서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말씀드린 그 불탄 집은 정말 싼 값에 매입을 한 것입니다. 본래 집 가격의 1/20정도 밖에 안 되는 금액에 산 것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그 집에 들어가 살 수는 없습니다. 불에 타지 않은 방이 24~25칸은 되지만 외인들 때문에 집이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외인들이 다 차지를 하고 있어 제가 자리 잡을 곳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빨리 부엉골에서 빠져나와 불탄 집을 고치고 정리하여 그곳에 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는 외인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특히 저희 교우들이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방 몇 칸을 쓰려고 그 집을 샀다면 그것은 헛돈을 쓴거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머지않아 많은 교우들이 그 집에서 기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당을 세우는 일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기왕에 하는 일인데 뒤로 미루느니 빨리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금년에는 일꾼들이 일거리를 쉽게 찾지 못하여 요구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도 않습니다. 반면 내년이 되면 비싼 노임을 주어야만 고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엉골은 이제 저 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 신부님께서도 있을 곳이 되지 못합니다. 어느 누구라도 그러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부엉골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지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줄 믿습니다. 그런 마음을 유혹으로 생각하고 물리치려고 해보았자 허사입니다. 이런저런 불편한 생각 때문에, 사람들에게 제 마음껏 사랑을 베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지나치게 법석을 떤 것은 아닙니다. 제게 그럴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하느님께 그 일을 의탁하였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그 주어진 기회를 그냥 보내버리지 않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성당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제게는 하루빨리 건물을 준공하고 이곳 외교인 마을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날이 오기만을 비는 마음뿐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솔로몬과 같은 현인(賢人)이 나타나서 제가 진실로 바라는 성당을 지어주길 바라면서 저는 다윗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크게 만족할 것입니다.
 

 

추 신

623. 경군(京軍)이 지난 일요일 이곳을 떠난 후 반도들이 그들의 우두머리의 휘하에 다시 집결했습니다. 정말 어린애 장난 같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 말로는 곧 자기들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하는데 그러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짓을 되풀이 합니다.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관리들이 없는 한 그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혼배 관면을 위한 서류를 10장정도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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