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가밀로 신부 서한 90
Mutel 1912-25A 충청북도 지역연말보고서(1911 ~ 1912)
1912.4.29.
주교님께,
지난 한 해 동안 성모님께 돌리고자 하는 수많은 은총 가운데, 먼저 본당 전체의 교우수가 현저히 증가한 것을 말씀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특히 기쁨에 넘치는 사실은 본당에서만 재작년의 재영성체자 5,300명보다 훨씬 많은 9,137명을 기록한 것입니다. 교우들의 마음속에 예수에 대한 사랑의 불길을 일으켜 주시는 성모님께 만세를 외칩니다. 어린이 및 성인 교우들의 마음에 성체 예수에 대한 사랑을 드높여 주기 위해 하느님의 섭리의 도구 역할을 한 교황 비오 10세께 만세를 외칩니다.
교세통계에 의하면 장호원 본당에만 319명의 교우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숫자는 작년에 비해 50여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교우수를 파악한 지난 가을 판공 이후, 다른 지역에 등록한 교우들이 우리 본당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350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이곳에 와서 특별히 성모님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성모님은 그 자녀들에 대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너그러움을 베풀었습니다. 대부분의 장호원 교우들은 그리 재산이 많지는 않으나, 가난에 시달리지는 않습니다. 재산이라고는 걸친 옷만 가지고 이곳에 온 교우들조차 요즈음 별 걱정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반면 많은 외인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비참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희 교우들은 대부분 일요일 오후,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용할 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확실히 성모님께서 그 자녀들을 잘 보살펴 주시며 지나치리 만큼 너그러우십니다.
장호원에서 몇몇 개신교도인들이 개종한 사실도 특기할말 하며, 미국인들로부터 불완전한 교육을 받은 이들 개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기묘한 사실은, 이들이 두 번째로 저를 방문한 이래, 저희 교우들의 소박함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외교인으로서 가졌던 올바른 정신마저도 오류투성이의 개신교 목사들과 접촉함으로써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실 미국인 목사들은 조선인들을 경멸하며, 조신인들과는 절대 필요한 관계만을 지니고(어루만져줄 처지가 있을 때는, 조용히 있고 싶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조선 음식을 먹지 않으며, 자기들의 저장 음식을 맛볼 때는 남들이 볼까 두려워서 문을 모두 닫아버립니다. 그들이 말을 걸려고 조선인에게 다가갈 때는 서로에게 보다 존경어린 명예상의 형식인 악수를 헤프게 청하지만, 하도 어색하기 때문에 이러한 겉치레 속에 감추어진 위선을 알아차리지 않기 위해서는 매우 어리석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것을 잘 묘사 하셨는데 늑대들이 양떼를 잡아먹으려고 양가죽을 뒤집어쓰고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이곳에 개신교 목사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이들은 시장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전단을 배포하거나, 성경을 판매 또는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조선인들은 이들 설교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어, 듣지도 않고 지나쳐버리며 성경을 전혀 사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그들 전도사들에게 월급을 동전으로 지급해야 했는데 그 반은 성경으로 주었기 때문에, 전도사들이 시장을 누비며 ‘예수를 믿으시오’라고 외치며 다닙니다. 불행히도 사막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던 전도사들은 아마 사라진 듯합니다.
개신교는 본질에 있어서조차 불화의 소굴입니다. 신교는 그 토대 밑에 분열의 씨를 지니고 있어서, 그 종파들에서도 아귀다툼을 벌이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심각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목사들은 조선 지역을 분할하여 각 종파별로 담당 지역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지난겨울 저를 찾아온 두 목사 중 한 감리교목사에게서 들었는데, 그가 이곳에 주재하고 싶다면, 청교도처럼 엄격하여야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들의 진출에 대해 관련자들과의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종교 지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는지 저는 자문하게 됩니다. 이들은 가톨릭교회가 편협하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만, 저희 교회는 이를 그냥 믿게끔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재침례 신도나 감독교회 신도에게 장로파를 따르라고 어떻게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그 반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두고 그들은 신앙의 자유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신교가 완전히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광산으로 쇠퇴해가는 건물을 보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봤자 헛수고일 것입니다. 이러한 술책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장호원에서는 성모님만이 여왕이자 지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모님은 이교에 대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으며, 앞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실 것입니다. 악마는 여전히 돈으로 몇가지 건축재료들을 붙잡아 매어두고 있으나, 악마의 연장통들 중에는 악마의 머리를 수없이 부숴버린 연장통이 있습니다.
매괴 성모님께서 새 성당을 곧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주교님께서 축성하여주신 지금 성당은 너무 비좁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공소들도 잘 돼나가고 있습니다만 특히 도청소재지가 있는 청주의 지게바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교우수가 143명에, 성인 영세자로 인해 그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입교우들에게 한사람도 빠짐없이 영세를 베풀었는 바, 이 마을이 어느 곳보다도 가장 열성적이며 사실 교우 아닌 주민들이란 없는 실정입니다. 젊은이들은 과거에 다른 곳에 사는 동안 매우 경박하였으나, 이 마을에서는 인형처럼 얌전해졌습니다. 불행히도 다른 공소들은 이 마을에 비견할 바가 못 되며 갑자기 신앙 수계를 그만두는 불행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이들은 불가피한 폐물들이지만, 선교사에게는 큰 실망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