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가밀로 신부 서한 82, Mutel 문서 1911-28B/
충청북도 지역연말 보고서(1910~1911)
주교님께,
샘골(음성 지방에 있는 공소 지명을 말한다.)에서, 어떤 여인숙 옆을 지나가던 두 교우는 ‘예수, 마리아’라고 외치는 구슬픈 소리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는 한 교우가 아파 누워있을 것으로 생각한 끝에, 들어가 보았으나 실은 외인인 여인숙 여주인이 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놀란 나머지 두 교우가 ‘예수 마리아’라는 말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여자는 교우들이 병에 걸리면 자주 그 말들을 되풀이하는 것을 들었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여자는 말뜻은 잘 모르지만 해보니까 병이 가라앉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우들은 그 말뜻을 가르쳐 주고는 여인의 간절한 소원에 따라 대세를 주었습니다. 단 하루 교우가 된 그 여자는 다음날 하늘에 올라갔습니다. 예수와 마리아는 그 이름만 아는 영혼의 호소에도 기꺼이 응답해 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평사(진천 지방에 있는 공소 지명을 말한다)에서 필로메나라는 이름으로 예비자에게 영세를 주었는데, 그 여자는 글을 읽을 줄 몰랐었기 때문에 무당에게서 배웠습니다. 그 여자는 가족 때문에 외인들 집에서 살고 있으나 그 신앙심이 그토록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저는 그 여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신앙생활을 실천할 능력이 있다고 느껴서 특별히 영세를 준 것입니다. 그 여자는 진실을 깨닫기 시작한 후 모든 세속적인 귀신들과 관계를 끊고 또 미신을 끊게 했습니다. 그 여자의 열성은 지나치기 조차하여 이교(異敎)에 몰두하는 남편에게 더러운 손으로 성서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착한 여인은 죽어가는 그녀의 두 자녀에게 영세를 주면서, 영세 전에 이렇게 성스러운 일을 하는 것이 죄악이 아닐까 하고 자문했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진정한 교우이므로 원하는 대로 영세를 줄 수 있다고 하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외인들에게도 좋은 징조입니다. 그들은 대부분이 자녀들의 영세에 반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약한 아이들에게도 ‘착한 귀신’이 되도록 영세를 주라고 자신들이 직접 요청하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영혼이 불멸한다는 믿음의 증거입니다.
한편 옹기를 판매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제가 이미 이전에 여러 보고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선량한 여자 옹기장수들은 병약한 아이들에게 구원을 주려는 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름은 김 말지나인데 그녀는 한 아이에게 대세를 주었다고 해서 그 어머니 되는 여자에게 매를 맞았으나, 그 아이는 간신히 하늘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지나는 제게 다시 와서 훌륭한 일 때문에 매 맞은 것에 대해 아주 기뻐하였습니다. ‘그들이 즐거워하면서 가더라.’ 선교사가 염려하는 것은 열성 없는 가련한 자들이 수년 동안 성사를 받지 않고, 종교생활을 실천하지도 않는 냉담자가 정말 비통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희가 겟세마니 동산에서 흘린 피와 땀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구세주께서는 그 잔을 자신에게서 멀어지도록 간청했었습니다. 매년 영세 교인 중 몇몇 사람들이 항상 사제로부터 성사받기를 거부합니다. 그들은 극소수이지만, 사실상 그런 사람은 한사람이라도 없어야 합니다. 정말 불필요한 존재들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내리십니다. 선한 자들의 열성은 이 열성 없는 가련한 자들이 끼치는 괴로움을 변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열심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성인 영세자의 수가 160명이 되고, 교인들의 점진적인 증가 숫자는 하느님의 사업이 항상 진척되고 있으며, 방해꾼들은 매일 한발씩 뒤로 후퇴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제가 이렇게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은, 다시 말해서 은총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매괴 성모님의 덕택입니다. 저는 주교님과 함께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옵니다.
재영성체자의 수가 장호원에서 작년의 3,780명에서 5,322명으로 늘어나서 경이적일 따름입니다. 과거 제가 산골짜기 부엉골에 거주할 당시에는 연간 300명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성모님과 교황의 만세를 외칩니다. 제가 자주 잦은 영성체를 하도록 하는 것은 이 분들의 높으신 뜻을 쫓기 위함입니다. 저는 매년 새로운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잦은 영성체로 매괴 성모성당 교우들의 열성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고, 가정의 사소한 불화들이 사라지며, 각자가 이 속에서 점점 분리되어 하늘나라의 삶을 갖고자 합니다. 12명 정도의 학생밖에 없는 제 학교에서 600~700회의 영성체를 합니다. 이들의 순박한 이마와 눈동자를 마주 대하면 이들 영혼에 화평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이것이 이 소규모 학교 설립에 기여한 데에 대한 보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매괴의 성모님 덕분이며, 성모님이 수호하시는 학교는 점차 번영하여 학생 수도 많아지고 그들의 열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여학교가 세워졌으므로 운영을 위해 수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에 문을 열 수 있기를 희망하며 특히 예수를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여학생들이 남학생에게 뒤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한가지 새로 시작한 일이 놀라운 결실을 맺고 있는데, 그것은 교황 비오 10세의 뜻에 따라 성체성사 가운데서 구세주의 사랑의 교리를 충분히 깨닫는 어린이들에게 영성체를 자주 시키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이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저는 그런 생각을 결코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어린이들이 곧 훌륭하게 되어, 문답을 잘 배우고 또 기도를 잘 드리고, 순종을 더 잘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예수께서 이 영혼들을 신앙생활로 인도하심을 알게 됩니다. 비오 10세 교황은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