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가밀로 신부 서한 51, Mutel 문서 1902-70A, 충주지역에 관한 연말보고서/장호원, 1902.5.28. 올해 충청북도 지역에서의 개종자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작년과 비교해 볼 때 영세를 받은 어른들 수가 42명이나 더 많으니 그렇게 나쁜 수확은 아닙니다. 새 교우들은 대부분 신앙을 찾아 교우촌에 온 정직한 외교인들입니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하느님의 품속으로 들어온 어린 양들입니다. 이 신입 교우들은 영세도 받기 전에 교우로서 지녀야 할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충주 지역의 몇 개 마을에서는 예외도 있었습니다. 충주의 몇몇 외인 마을에 상당수의 예비자들이 분산되어 살고 있었는데, 그들 중 몇 명만이 영세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신앙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들 중 몇 사람은 교우들이 공동으로 바치는 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일요일마다 10~20리 길을 걸어왔습니다. 미사 참례는 영세를 받기 위해 꼭 지켜야할 여러 가지 사항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예비자들에게 영세를 주기 전에 우선 그들이 주일과 첨례날 미사에 참례했는가를 확인합니다. 또 한편, 충주 전역에 걸쳐서 신앙생활이 한층 더 열기를 더해 가는 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호원에서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한 사람 수는 작년의 배나 됩니다. 특히 성년(聖年, 십자군 시대부터 시작된 이 성년은 구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미인 노예로부터의 ‘해방의 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똑같은 의미는 아니다. 이 해에는 대사(大赦)를 베풀고 신자들이 영적 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1470년 그 주기를 25년으로 하였었다. 그런데 교황 비오 11세는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의 1900주년을 맞아 특별히 그해를 성년으로 정하였었다. 성년은 성탄 대축일에 시작된다.)이 그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모든 교우들의 편의를 위해서 직접 본당 순회를 했지만 사실은 많은 교우들이 대사(大赦.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보속(補贖)을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를 받기 위해 장호원에 직접 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50~100리, 심지어 170리를 걸어왔습니다. 교우 3명은 대사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성탄절에 혹독한 추위를 무릅쓰고 장호원까지 왔습니다. 전날 밤 비가 내린 후 얼어붙은 길은 문자 그대로 얼음판이 돼버렸습니다. 장호원에 오려면 30리 길을 더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추위도, 피곤함도, 어두움도, 빙판길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시 미사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 세 여인이 빙판길을 오면서 몇 번이나 넘어지고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오직 천사들만이 알 것입니다. 발이 피투성이가 되고 꽁꽁 얼어버린 채 그들이 장호원에 도착한 것은 거의 동이 틀 무렵의 시각이었습니다. 갖은 고통을 다 이겨내고 장호원에 도착한 그들에게 또 한 가지 고통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시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자시미사에서 기구로 부탁했을 은총보다 훨씬 큰 은총을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실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을 위로하였습니다. 세 여인 중 한 사람은 박 씨라고 하는데 본명은 요안나입니다. 이 여인은 그로부터 며칠 후 세상을 떠나 하느님 나라에서 그가 한 순례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장호원의 교우수가 증가했습니다. 5년 전에는 장호원에 한 사람의 교우도 없었는데 현재 고해성사를 받은 교우들이 80명이 넘습니다. 장호원의 교우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10명의 장호원 사람에게 영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예비자도 15명 정도 있습니다. 이곳 장호원에 사는 외인들은 인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들은 단지 물질적인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하느님은 그들이 긴박한 위험에 처하게 될 때만 찾고 그밖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이 많은 가엾은 영혼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께 매일 같은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주여 저의 본당에 하느님이 살아 계심을 보여 주십시오. 그리고 특히 장호원을 보살펴 주십시오”라고요. 오랫동안 하느님께서는 저의 기도에 응답하여 주시지 않았지만 저는 더욱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이제 제 기도가 조금씩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또한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곳에 항상 저희와 함께 하시어 저희를 보호해 주시니 기쁨과 감사를 무어라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성모님께서도 특히 제가 성모님을 위한 성당을 짓고 나면 외인들을 개종시키는데 제게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내년에는 성당 짓는 일을 모두 끝내고자 하는데 이 희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금년까지는 건축자재를 모두 마련하고 내년 봄에는 건물을 짓기 시작할 것입니다. 성모님의 성당이 지어지면 많은 영혼들이 그 곳에 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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