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가밀로 신부 서한 47, Mutel 문서 1902-7/장호원, 1902.2.4. 주교님께, 교우들이 지난번 주교님께 말씀드린 사건의 해결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겠다고 야단들입니다. 그들을 말릴 방도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은 사또의 결냥(부이용 신부가 한글로 ‘결냥’이라고 썼는데, 정수액을 정한다는 뜻으로 쓴 듯하다.)과 오늘 저녁 봉세관이 피운 소란입니다. 문제는 결냥 그 자체라기보다 오히려 이자들의 본심입니다. 어쨌든 이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주교님께 맹세하거니와 지금까지 장호원 뿐만 아니라 충주지역에 속해있는 제 교우들 중 어느 누구도 무덤 문제로 소란을 일으키거나 빚을 회수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또가 푸줏간 영업세 사건은 제쳐놓고 그의 상상에 불과한 엉뚱한 주장을 펴는 걸까요? 그의 마음을 종 잡을 수 없습니다. 또 제가 듣기로는 정씨의 아들을 잡아갔던 관차(官差)들은 이곳에 모인 200~300명의 교우들한테 심한 구타를 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합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200~300명의 교우가 그렇게 쉽게 모일 수 있단 말인지요? 또 교우들은 관차들이 정씨 아들을 잡아 갖고 멀리 가고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제 원주에 가려고 했습니다만 봉세관이 이번 일로 이 고을의 외인 촌장을 크게 골탕 먹일까 두려워 장호원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봉세관은 그를 불러다 놓고 정씨의 집과 가게들은 팔아버리라고 했습니다. 원주 고을 촌장이 그것은 정씨와 관계된 일이니 저와 상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 하자 봉세관은 화를 버럭 내면서 자기는 정씨와 해결할 일이 있는 것이고 저와 해결할 일은 없다고 했답니다. 봉세관과 원주 고을 촌장이 어떻게 타협을 보았는지 아는 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도 제가 들은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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