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가밀로 신부 서한 43, Mutel 문서 1901-66B/ 장호원, 1901.6.3. 주교님께, 바로 오늘이 서울에 가기로 한 날인데 하느님께서는 제가 서울에 가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부터 배가 살살 아팠지만 별로 대단치 않으려니 생각했는데 말을 타고 서울로 출발하려 할 즈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저를 움켜잡았습니다. 제 복사가 얼마 전까지 상당히 심한 이질로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다 나았는데 그가 앓던 이질이 혹시 제게 옮겨 오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도 들었지만 몸에 열도 없고 하여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배가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배앓이 때문에 무던히도 제 속을 썩이는 제천 사건을 이번에는 매듭지으려던 것이 불가능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기꺼이 받아들여야지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체포할 수 없다던 그 2명의 범인이 이미 서울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일 아침 배 아픈 게 좀 나아지면 그들을 찾아 서울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 편지야 무용지물이 되겠지만, 일전에 비에모 신부(Villemot, 한국명 禹一模. 1892년 입국한 그는 1901년 당시 서울 주교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를 통해서 내일이나 모래 저녁 쯤 제가 서울에 간다고 주교님께 알려드렸기 때문에 혹 제가 가지 못하더라도 너무 기다리시지 마십사 하는 뜻에서 오늘 편지를 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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