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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가밀로 신부 서한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21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2.12 조회 101
이메일 eunju2843@naver.com

임 가밀로 신부 서한 121

 

Mutel 1923-

연말보고서

 

장호원 1923.5.

 

주교님께

올해 조선의 대부분 지역에 걸쳐 일반적으로 빈곤 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습니다. 세금이 인상되고 곡가의 1/3이 하락했고, 홍수가 일어났으며, 은행이 통화 일부를 회수하는 등 백성들이 가난을 겪는 동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월급으로 벌이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조선인들, 특히 빚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절대적인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도 오래 전부터 채권자 소유가 되어버린 집을 버리고 떠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처에서 목격하고 계십니다. 이들은 타향에서 돈벌이를 하려 합니다만 대부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저축을 하여 그나마 얼마 안되는 토지를 소유하게 된 사람들조차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들의 소유권이 외국인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저에게 부동산 주식의 반 이상이 은행 소유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부주의로 그 지경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부정직한 차용자와 거래한 결과, 위와 같은 곤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행정당국이 아무리 소규모의 재산이라도 얼마간 소유하고 있다고 간주된 사람들에게 숨 쉴 여유조차 거의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등기와 이른바 급행료에 대해 지출을 하지만 서류가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 비용이 세배, 네 배나 더 들며, 농업조합이나, 가축사고조합에, 그리고 시청청사, 학교 등의 건설 및 수리를 위한 자원기부금(!?) 납부 등등, 한마디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동산소유란 정말로 근심거리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좋지 않은 부속물에 대해 감정을 더욱 격하게 하는 것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찾아낸 허튼 이야기들을 입에 가득 담은 수다장이들이 소작 농부들에게 공산주의를 부추기는 사실입니다. ‘토지를 원하는 대로 경작하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지주가 아니라 불쌍한 소작인으로서, 차후로 자기 노력으로 땅에 물을 주며 가꾸면서 기쁨을 누리게 된다. 지주에게는 모든 비용을 부담케 하고, 소작인에게는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소작인이 땅을 경작하기 때문에 지주에게는 소유권과 함께 곡식 낱알 몇 개면 충분하다.’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작년, 출처가 어딘지 모를, 이런 식의 회람장을 받은 적이 있어서 남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만, 적어도 사회주의 체제 직전까지 와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몇몇 지역에서조차, 그 연사가 경찰서 앞에서 방해받지도 않고 태연히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저는 제일 많이 놀랬습니다. 결국 서울에서 시달된 듯한 명령에 연사들이 사라지긴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주들이 자체 방어를 위해 조합을 조직했습니다.

천국이 이 속세의 소유가 아닌 이상, 한 본당의 정신적 진전과 영혼들을 귀의시키는 초월적인 의무에 있어서 이러한 고찰이 무엇이겠습니까? 저희 자신들과 저희에게 맡겨진 이 영혼의 소유자들이 천국 높은 곳에 올라, 이 속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볼 줄 안다고 해도 언뜻 보기에 대단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천국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체로 남아 있으며, 처해 있는 환경의 분위기와 이미 개시된 전쟁의 돌발적인 사태 등에 인종(忍從)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의 현안 문제는 학교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조마간 제도상에 점차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15년 전에 저희가 얼마 안되는 돈으로 본당에 남학교를 세웠었습니다. 얼마 후 성 바오로 수녀 두 분이 여학교 건립을 위해 장호원에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외인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학문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가장 적합한 교량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를 통해 모든 지식이 인간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 어려움이 현재와 앞날에도 계속 일을 할 것이고, 악마는 진리의 길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겐 능력있고 헌신적인 교사, 그리고 재원도 부족할 것이지만 결국 학교의 주인이신 성모님의 덕택으로 작년에 남학교를 거의 완전히 개조하였는데 이 때가 바로 학생수를 반이나 잃었다고 생각하는 때였습니다. 외교인 선생 밑에 30여명의 학생들이 숨이 막할 지경이던 좁은 건물 대신에, 현재 저희는 앞으로 매괴산 허리에 세워질 새 성당 후보지 가까이에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고 통풍이 잘 되는 교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수는 이미 160명에 이르고, 3명의 신자 선생과 1명의 회장이 있습니다. 과거의 상태에 비해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룩되었지만 아직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의 교육 사업을 위해서는 더욱 학식있고, 더욱 헌신적인 교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중요한 재정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지금까지 하신 것과 같이 저희들을 도와주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오로지 성모님께 의지합니다. 언제나 저를 구원하러 오셨던 성모님은 그 부드러운 손길로 과거와 같이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현재 학생 중에 신자 학생은 60명밖에 안되며 나머지는 외인들입니다. 저는 이들의 학부모들에게 좋은 말씀을 침투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오직 이러한 포교의 힘밖에는 달리 지는 것이 없습니다. 교사의 개축으로 제가 빚을 많이 지고 있으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개축해야 할 것이었고 저로서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이 저희에게는 불가능하리라는 순간을 제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교우 학부모들조차 그 조그마한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고 학교를 지원해주기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기쁜 마음으로 자녀들을 외교인 학교에 보냈던 것입니다. 매괴의 성모님은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아무리 견디기 힘들다고 해도 제 마음을 북돋아 주시는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그리하여 학교 개축이 실현되었습니다. 많은 수의 외인 학생들이 이웃 마을 등지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매우 순진해서 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신부를 처음 대하자 겁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이 사라지자, 어린 학생들은 학교장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이며 두려움 없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곧 알아챘고, 여가 때면 스스럼없이 제게 다가옵니다. 단번에 종교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만 곧 지체 없이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정신상태가 올바른 학생들이 조교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싹이 심어졌으니 때가 되면 그 싹이 틀 것입니다. 한 학생들은 우리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이런 포교에는 아직 종교에 대해 선입관을 지닌 (점차 적어지고 있습니다만) 외인 학부모들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전일, 일군의 학생들이 성당을 방문케 해달라고 제게 청해왔기에 이들에게 특히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잠자코 들은 후, 저와 함께 14처를 지나서, 저희들 죄인들 때문에 잔인한 사형집행인들에 대해 수난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그림에 다다르자, 학생들의 마음은 술렁거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무고한 예수님께서 3일째 부활하셨다고 말해주자, 눈에 눈물을 머금은 한 학생이 ! 부활하셨군요하며 외쳤습니다. 죄인들에 의해 죄 없이 희생되었던, 그렇게도 소름끼치는 대사건이 좋게 결말난 것을 들으면서, 그 학생의 마음은 다시 깨끗해졌습니다.

도지사, 그리고 얼마 후에는 부도지사가 학교에 와서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말들을 전해 주었고, 특히 도지사는 학교장과 교사들 간에 존재하는 권위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시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또 가르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도지사는 성당 방문을 요청하여, 그곳에서 최대의 경외심을 가지고 성체에 정중히 머리를 숙였습니다.

저는 주교님께서 몸소 오셔서 더욱 빛내주셨던 성체첨례날의 성체거동에 대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본 보고서 내용이 상당히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주교님, 하느님께서 매괴산 높은 곳에 임하시어 이 고을을 축복하심을 보는 것이란 정말 훌륭하다는 것을 주교님께서도 아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해마다 주시는 축복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그리고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양들을 성모님의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 우리성당가 이미 너무 협소한 것이 사실인즉, 저희가 이곳 모든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넓직한 새 성당을 소유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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